'저녁이면 가끔 한 시간 남짓,/ 동네 놀이터에 나와 놀고 가는 가족이 있다./ 저 젊은 사내는 작년 아내와 사별하고/ 딸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고 한다//'(문인수 〈저녁이면 가끔〉 일부)
한국시인협회(회장 오탁번) 소속 시인 460명이 가족 사랑의 노래를 함께 부른 시집 《사철 푸른 어머니 텃밭》(황금알)을 펴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먼저 세상을 뜬 아내를 그리는 남자 등 가족으로 인해 맛보는 기쁨과 겪어내야 하는 슬픔의 풍경을 담고 있다.
오세영 시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꽃에 비유했다.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어머니〉는 시인이 열네 살이었을 때는 '연분홍 봉선화꽃'으로, 스물한 살 때에는 '노오란 국화꽃'으로 변해간다.
허만하 시인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다 버스의 차창을 응시하는 가장의 시선을 '자기 얼굴 위에 겹치는 아내와 어린 두 딸의 기다림을 그림처럼 조용히 바라보고 있던 지점'(〈귀가〉 일부)이라고 했다. 김종길 시인은 자식들을 모두 결혼시킨 뒤 함께 빈집을 지키는 아내를 향한 애잔한 심사를 '빈 뜰에/ 쌓이는 가랑잎을/ 늙은 아내와 함께 줍는다'(〈가랑잎〉)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