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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황금알 이메일 color-box@hanmail.net
작성일 10.03.30 조회수 19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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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제신문 - 나이를 잊은 청춘詩 교감
나이를 잊은 청춘詩 교감
- 문학계간지 '문학청춘' 봄호
원로·신인 20명의 시인들 청춘 노래한 작품 담아



76세의 시인이 돌아본다. 자신의 청춘을. '청춘은 나에게 긴 장마기였다/궂은 빗소리 밤새 골목길을 돌아나가/좁은 하늘의 자락들을/한가닥씩 적시고 있었다/시들며 피는 잎새 속에/묻힌 꽃의 숨결이 통증같이 쓰라렸다/그렇듯 아픈 잠에 빠져 있었던 시간들이/출렁다리를 건너고 있었다/돌아가 누울 방 한 칸 비어 있지 않았다/전쟁의 두려움과 사랑의 결핍,/수많은 아우들의 얼굴과/눈물범벅이 되어 시장 길을 멀리 걸어서 오가던 어머니,/그 사이에 갇혀 내 청춘은/그 얼굴들의 그늘에 가리어/눈을 뜰 수 없었다.'(김규태 시인 '장마기' 전문)

밖은 '전쟁의 두려움' 안은 '사랑의 결핍', 밖은 '눈물범벅이 되어 시장 길을 멀리 걸어서 오가던 어머니' 안은 '돌아가 누울 방 한 칸 비어 있지 않았'던 그 시절의 청춘은 '눈을 뜰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이번엔 2010년 신춘문예로 갓 등단한 28세 시인이 받아서 화답하듯 청춘을 그린다. '견습 마술사였던 사내가/모자 속에서 한 봉지의 사과 궁전을 꺼냈을 때/여자가 종달새처럼 매달렸네/봐요,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서/무엇이든 꺼낼 수 있어요/그는 몇 명의 아이도 꺼냈다네/여러 권의 동물원과 소금쟁이의 장화를 안겨 주자/아이들이 모자 안쪽을 기웃거렸네/얘들아, 비밀을 알면 마술은 시시해질 거야…(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유병록 시인 '대머리 마술사' 중)


계간지 '문학청춘' 봄호가 마련한 청춘특집에 실린 김규태(맨 왼쪽) 시인의 23세 때 모습. 당시 동숭동에 있던 서울대 문리대 학생 시절이다.

'아무것도 없어서 무엇이든 꺼낼 수' 있고, 그 속의 비밀이 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어서 '모자 안쪽을 기웃'거리지만 그 비밀을 아는 것 자체도 두려운 일일 수 있는 청춘의 푸른 모순을 시인은 담았다.

문학계간지 '문학청춘'이 봄호에서 '청춘특집-원로시인들과 신인들의 청춘찬가'라는 특집을 꾸몄다. 등단한 지 50~60년을 넘긴 김규동 김규태 조영서 김종길 김남조 문덕수 등 원로 시인 10인은 자신과 자신의 시의 청춘을 되새김질하는 시와 함께 젊은 날에 찍어두었던 귀한 사진들을 실었다.

또 박진규(국제신문) 석미화(매일신문) 강윤미(문화일보) 이길상(서울신문) 권지현(세계일보) 등 10명의 '갓 태어난' 젊은 시인들은 자신들이 그리는 청춘을 담은 시와 '내가 70세가 되었을 때'를 생각하며 그린 자화상을 수록했다. 청춘을 멀리 뒤에 두고 있는 시인들과 '문학적 청춘기'를 통과하는 시인들의 청춘이 교차하는 기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가 물어도 말없는 아픔이 누워있다 아픔을 보는 아픔이 더 아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말짱하다 보라, 창밖 봄볕은 연초록이다' 조영서 시인이 수록작 '봄날'에서 그린 청춘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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