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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6.06.24 조회수 2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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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머니투데이 - 신승철 시인의 시집 <기적 수업>
머니투데이 공광규 시인 |입력 : 2016.06.04 03:10



시인은 작위가 없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밥 먹는 일과 잠자는 일이 진실 된 일이고 성애는 자연스럽게 승인하는 유쾌한 의식이라고 한다. 또 사람은 혼자 있건 같이 있건 모든 이의 대지이고 바다이며 별이고 하늘이라고 한다.


시집의 뒤에 붙인 시작노트에서는 ‘오케이’ 시 창작의 배경을 밝히는데, 갈수록 생각과 말과 행동이 더욱 단순해지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자의에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욕망에 휘둘리며 산다는 게 쓸데없이 번거롭다는 것을 느꼈고,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이 인간 본래의 삶의 모습에 가깝다고 한다.

마치 영혼의 순례자 같은 언설을 시로 쓴 신승철 시인은 정신과의사이기도 하다. 1953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하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1987년 미국 텍사스 의대 정신보건과정 연구교수, 전 서울 가정법원 가사조정 위원을 역임했다. 

시인은 1978년 혜산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였다. 유력한 일간 신문에 ‘신승철의 부부진단’을 연재하기도 하고, 학술서적 ‘연변 조선족 사회정신의학 연구’를 비롯 에세이집 ‘한 정신과 의사의 노트’ ‘남편인가 타인인가’ 등 여러 권의 전문서적과 시집을 냈다. 

이 시집은 큰스님의 깨우침이나 선문답 같기도 하고 영적 스승의 성찰적 음성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불경을 오래 공부하였고 성서에 해박한 정신과 의사는 ‘병’을 아래와 같이 본다. 산문 형식의 시다.

“다른 이유가 있겠는가. 세상에 빚을 진 까닭에, 병을 얻은 것이다. 실은 병을 얻고 보니 세상에 빚졌음을 알게 된 것이다. 오늘에야 몸과 마음이 고생 끝에 얻은 완벽한 병임을 알려주고 있다./ 비록 천명天命으로 주어진 병이라 해도 이 병으로 죽음을 맞기 전에 이 자가 진 빚을 다 갚고 가야 마땅한 도리일 게다. 그러나 이 빚 갚기도 전에 죽음이 먼저 도래할까, 다만 그것이 염려스럽다”
- ‘병’ 부분 


일반 서정시와 다르게 호흡이 긴 4개의 장편시를 한 권 시집으로 묶은 시집 ‘기적수업’의 맨 처음 두 문단이다. 그는 병에 대하여 “병이 따로 실재한다고 생각하면, 병은 따로 있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지닌 ‘신성한 마음’ 속에 ‘병’이란 게 깃들 리 없을 것이다. 아집과 망상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것들이 무슨 병을 일으킬 리 만무하다.”고 한다. 

시인은 ‘설산雪山에 올라’에서 “인간은 무한을 지나는 과객”이라고 한다. 동의한다. 그래서 무한의 의미체인 우주나 신을 인간적으로 채색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고 한다. 인생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 몸과 마음을 궁금해 하는 독자에게 이 시집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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