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경의 시가 가지는 건강성은 시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헌신이 이룩한 개방적인 문체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가식을 모르는 그의 삶의 절편이 가지는 창조적 구성력에서 울어나는 자연스러운 소산이다. 소박한, 그리고 때로는 야성적인 터치를 보이는 그의 언어가 그 뿌리를 근원적인 적막에 담고 있는 비밀을 이 시집은 간직하고 있다. 바꾸어 말해서 독자는 시인의 일상적 체험이 창조적 정화를 거쳐 투명성을 얻기에 이르는 과정을 읽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시집에서 이유경이 그의 작품의 배경에 숨겨 두고 있는 실존적 쓸쓸함( 서운함과 섭섭함의 계면에서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그것 )의 필연성을 이해하며, 그 너머 광활하게 펼쳐지는 미지의 지평을 그의 언어를 빌려 육감적으로 만져보게 된다. 시인 이유경이 그려내는 삶의 고요는 슬픔보다 깊다. - 허만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