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영 시집『어쩌다, 내가 예쁜』. 1994년 '윤상원문학상'으로 등단한 시인 윤관영이 펴낸 첫 번째 시집이다. '굴욕' 혹은 '모욕'이라는 낱말에 주목하는 시인이 쓴 작품들을 5부에 나누어 담았으며, 특히 3부에는 시인의 사진과 육필을 수록하였다.
<어쩌다, 내가 예쁜>
새벽에, 개똥을 두엄더미에 던지며 처먹고 똥만 싼다고 부삽 득득 긁지만, 기분 좋은 투정도 있기는 있는 것이다. 투정에 걸리는 밤송이와 도토리집은 부삽질을 부드럽게 한다 저를 열어 제 속의 것 떨어뜨린 것이 바짝 세운 가시를 그대로 두고 무른 안부터 녹아 가면서, 금세 거름빛을 닮아 가는 중인 것이다 부삽이야말로 밤송이 까는데 제격이지만 발에 밟힌 밤송이는 이슬에 젖어 눅눅한 것이어서, 가시마저 밤 궁둥이마냥 이뻐 보이는 것이어서, 돌팍을 텡텡 쳐보기도 하는 것인데 눅진한 아침도 이때, 흠칫 이슬을 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