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금 시인의 시편들을 가로지르는 음색音色은 시인의 시 「내게 시詩는」과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말한 시학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낮이면/ 광란하는 소음 속에/귀 막고 눈 감은 상념으로/ 나들이 떠났다가/ 밤이면/ 더욱 아련하게/ 파고드는 젖은 눈빛으로/청아한 플루트의 음색으로” 오는 그대(시)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낮이면 귀와 눈을 막았지만, 마음의 문은 늘 열려있어서 상념의 날갯짓을 하면서 시를 사냥한다. 그러니까 시를 만나고 포획하기 위한 일념으로 소소한 일상을 접고, 시를 찾아 상상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이다. 감성의 밤이 찾아오면 낮에 갈무리한 시상들을 정리하면서 시작詩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인은 이러한 일련의 시쓰기에 대한 시작의 과정을 낮이면 시를 찾는 청맹과니로서 노동에 집약하면서, 밤이면 플루트를 연주하듯이 시쓰기에 몰두한다. 그러한 시작의 결과물은 “행복의 고리 엮어/ 그대 사는 섬에/ 닻을 내린다”고 하는 진술에서 보이듯 행복과 연대한다.
자하는 시에 대하여 “득실을 바로 잡고, 천지를 움직이며, 귀신을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했지만, 부부를 떳떳하게 하고, 효경孝敬을 이루게 하며, 인륜人倫을 두텁게 하며, 교화를 아름답게 하며, 풍속을 개량시켰다(자하子夏, 「시경대서詩經大序」).”고 말했다. 배순금 시집 『보리수 잎 반지』에서 출현하는 ‘행복’이라는 시어가 포용하는 정서는 자하의 시론과 무척 맞닿아있다. 시인이 일관되게 노래하는 시는 ‘행복’을 향하여 귀결한다. 어쩌면 ‘행복’을 노래할 수 있는 건 불행과 애상을 겪으면서, “내 한 몸 푸욱 곰 삭여/ 새봄을 잉태하기 위한/ 혹독한 겨울나기”(「가을 숲」)를 거친 자만이 ‘행복’을 노래할 수 있을 터이다.
별을 하나둘 세는 배순금 시인의 내면엔 순금 같은 소녀가 살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을 최초로 조성한 민병갈(칼 페리스 밀러) 박사를 찬讚하면서, 화자는 대상과 동일시하며 시의 파수꾼으로서 서원한다. “지금은/ 한 그루 목련으로/ 천리포를 휘돌아 내려다보며/ 영원한 파수꾼으로/ 서 있”(「영원한 파수꾼」)을 시인은 나무가 되어 천리포 숲을 목간木簡하는 영원한 파수꾼이길 노래한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배순금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전주교대와 원광대 교육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1975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하여 1976년 전국의 교사대상 월간지인 『새교실』에서 주관한 ‘새교실 대상’ 교육애의 기록 부문에서 입상하였고, 『새교실』과 『교육자료』 교단문원 수필부문에 천료하였다.
2008년 시집 『사각지대』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 마한문학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황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이며, 현재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시인협회 지역위원장, 지초문예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