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의 주제 문장 하나를 고르라면 표제작 「고르디우스의 매듭」에서 보이는 “배배 꼬이고 얽힌 것/ 칼로 과감하게 잘라/ 흐르는 물이 되어 매듭을 풀리라”라는 다짐일 것이다. 시인은 엉킨 매듭을 푸는 방법으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너그러워지는 것이라는 놀라운 통찰을 제시한다. 타인에 대한 공격이 자신을 상승시키는 일이라고 믿는 이들은 여기서 혀를 내두를지도 모른다. 나는 시인의 포용력이 한순간에 얻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개울물이 들썩이고 햇살이 비틀거리고 영화관에 많은 비가 내리고 허연 머리카락 사이로 해가 지는 사이, 시인이 자연과 역사와 가족에 세밀하고 다정한 시선을 보낸 뒤에 가까스로 획득한 것이다. 뜨거운 젊은 날의 시간이 없었다면 이런 맑은 혜안을 갖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 시집에 실린 「매화」는 눈이 오는데 매화가 우기며 핀다는 서정이 좋고, 「잔치국수」는 생활의 생생한 실감이 솔직해서 좋고, 「상고喪故」는 죽은 사람을 산 사람으로 불러내는 판타지적 기법이 좋다
- 안도현(시인·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민창홍의 시적 특질은 어디에 있는가. 살펴본 것처럼 삶에 노정된 다양한 우연을 인정하고 이를 일반적 원리로 환원하지 않는 데에 있다. 아이러니적 사유를 통해 삶의 모순을 직시하지만 이를 ‘너그러움’으로 포용하는 데에 있다. 또한 시적 대상으로서의 사물과 인간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전이의 상상력을 통해 이를 합일시키는 데에 있다. 그에게 과거란 ‘있었음’이 아니라 현재에 ‘있음’이며 나아가 미래에도 ‘함께 있음’의 의미를 지니며, 이때 과거의 회상이란 자기 존재의 탐색과 새로운 실천으로 이어진다. 하나 더 부기해야할 것이 있다. 민창홍 시인의 이 모든 시적 특질의 바탕에는 사물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너그러움이나 따뜻함은 흔한 단어이지만, 민창홍의 시에서처럼 그것이 시가 다루는 존재 일반에 투사될 때 그 시는 나와 타인에게 자유와 연대의 장소가 된다. 민창홍의 시가 더 멀리 퍼져나가기를 소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장만호(시인·경상국립대학교 교수)
민창홍
1960년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1998년 계간 『시의나라』와 2012년 『문학청춘』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 『금강을 꿈꾸며』 『닭과 코스모스』 『캥거루 백을 멘 남자』 『고르디우스의 매듭』, 서사시집 『마산성요셉성당』이 있다. 문학청춘작가회, 마산교구가톨릭문인회, 민들레문학회 회장, 계간 『경남문학』 편집장 및 편집주간을 역임하였다. 경남문협 우수작품집상, 제4회 경남 올해의 젊은작가상, 창작(문학)예술상, 문학청춘작가회 동인지 우수작품상을 수상하였으며 『닭과 코스모스』가 2015세종도서 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현재 마산문인협회 회장, 경남문협 부회장, 경남시인협회 부회장,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 영남지회, 경남문학관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문학연구회 하로동선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지여자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