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작품들을 보며 우리는 염화출 글쓰기의 또 다른 큰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텍스트가 다른 텍스트를 인용하거나 변형시켜 서로 관련을 맺는 ‘상호텍스트성’은 현대시의 가장 핵심적인 지배소의 하나다. 흔히 ‘모자이크’에 비유되기도 하는 이 상호텍스트성은 시인의 많은 작품에서 서로 연계되고 있다. ‘모든 의미체계는 다양한 의미체계들의 전위傳位의 장’에 불과하다는 말은 염화출의 시편들을 정독하다 보면 아주 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상호 텍스트성과 관련하여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시인이 작품에 구사하고 있는 ‘제주방언’이다. 이것도 일일이 거명하자면 한이 없다. 시인이 직접 주석을 달아 설명하고 있는 지역 방언들만 살펴보자. ‘모살밭’(「제주 가시리」)이라는 말은 ‘모래밭’을 말하는 제주방언이다. 마찬가지로 ‘따뜻하다’는 것을 가리키는 ‘맨도롱하다’(「이 봄밤의 향기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못’을 뜻하는 ‘저거홀’(「고독한 러너」), ‘삼나무’를 가리키는 ‘쑥대낭’(「말씀의 사원」), ‘먼나무’를 말하는 ‘먹낭’(「먹낭」)과 같은 제주방언들이 작품들 속에 반짝이고 있다. 염화출의 시작품들은 모두가 시인 자신의 ‘직접적 경험’과 관련을 갖고 있다. 그 경험들은 어휘로 혹은 문장으로 다양하게 그 의미체계의 연관을 가지며 상호텍스트성으로 작품 간에 서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시인의 작품들을 독서하며 내내 제주의 바닷바람의 향내를 ‘즐기기도’ 했고 때로는 ‘견디기도’ 했다. 좋은 독서 기회였다. 계속되는 건필을 기대한다.
- 호병탁(문학평론가)
염화출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남도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나왔다. 1994년 『문학예술』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는 『산 아래 흐르는 산』 『꽃 지면 흙이 될 사람아』『불 꺼진 화원』 『등대가 있는 사막』 등이 있다.
2013년 제주로 이주하여 노인복지와 지역사회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문화예술진흥기금(2005)과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지원금(2023)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