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북인도 여행에서 함께 찍었던 인연들을 찾아가는 여행
세월이 흘러 50대 여자는 인도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그리웠다. 사진을 찍으며 꼭 보내주겠다고 했던 약속은 소멸시효를 넘기고 있었다. 여행 사진을 보관한 서랍을 열 때마다 ‘호수의 도시 포카라’가 윙크했다. 그러다가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 뉴스 재방송을 보고 나를 재촉했다. ‘서둘러요. 마담!’
17년 만에 북인도를 갔다. 오래전에 찍었던 사진을 크게 인화해서 인연을 찾아가는 여행은 설레는 미션이었다.
안나푸르나 설산이 보이는 ‘마야’네 민박집을 어렵게 찾아냈지만, 이사를 간 지 10년이 지나 있었다. 그러나 신들의 나라, 신들의 도움으로 카트만두에서 마야를 만났다.
만년설봉의 찬 기운에 눈물. 콧물을 흘렸던 사진 속 세 살짜리 마야의 아들 ‘수먼’은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17년 전에 찍은 가족사진을 들고 찾아온 나를 끌어안고 흐느끼는 마야의 이마에 붉은 점을 보며,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 떠올랐다. 히말라야 만년설 앞에서 오래된 약속을 지킨 이 여행이 나에게는 황홀한 ‘시간의 점’이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