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꽃’은 존재를 확인하는 미적 상관물로서 주요하게 인식된다. 이 ‘꽃’은 시인이 바라보는 한 세계이자 (마치 신적 존재처럼) 절대적인 대상으로 표상되며, 자신(시인)의 존재마저 견주어 깨닫게 하는 종요로운 가치로써 인식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신병은 시인에게 주요한 시적 소재이자 지향점인 이 ‘꽃’은 꽃의 원형적 상징 이상의 대표성을 띠는 매우 중요한 시인의 인식체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신병은 시인에게 “꽃 한 송이”는 그저 “그 한 송이가 아니”다. 시인에게는 단 한 송이의 “꽃”일지언정 이 “꽃”은 자연에서 움튼 “햇살(꽃)”이고, “바람(꽃)”이자 하루의 시작을 여는 “아침(꽃)”인 것인데, “꽃”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원초적이고 관능적인 “오르가슴 꽃”으로도 견인되는 “경이로운” 대상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니까 신병은 시인의 “꽃”은 어느새 “가만히 나를 밀어 넣”게 하는 “존재의 꽃”이면서 깊게 뿌리내린 관념적 “관계의 꽃”이기도 하다. 이처럼 “꽃 한 송이”가 신병은 시인에게는 우주론적인 세계이자 시세계를 답보하는 특별한 시적 대상이기에 ‘꽃’의 의미는 반드시 주지되어야 할 것이다.
- 전해수(문학평론가)
신병은
경남 창녕 출생으로 1989년 『시대문학』 및 1994년 한국일보에 시를 발표했다.
한국문인협회여수지부장, 한국예총여수지부장 및 여수시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GS칼텍스재단, 범민문화재단, 여수정보과학고 이사이며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정 전담강사다. 여수시민의 상, 지역예술문화상, 한려문학상, 황우문학상, 전남문학상, 전남문화상, 한국인문학상, 대한민국예술대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키스』 『곁』 『휴』 『잠깐 조는 사이』 『강 건너 풀의 잠』 『바람 굽는 법』 『바람과 함께 풀잎이』『식물성 아침을 맞는다』 『꽃, 그 이후』가 있으며, 미술평론집 『그림 내 마음대로 읽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