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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치는 여자 (시안황금알 시인선 23)
지은이 : 이자규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08년 8월 30일
사양 : 104쪽 | 128*210
ISBN : 978-89-91601-55-0-03810
분야 : 황금알시인선
정가 : 7,000원
이자규의 시에는 어딘가 모를 허무감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인생론적인 것도, 문명사적인 것도 아니다. 현실에 대한 좌절감 같은 것은 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안개처럼 그의 시의 배면을 흐리고 있는 그것은 무엇일까? 일상적인 의미에 대한 불신과 그 경계의 애매성에서 기인하는 일종의 인식론적 공황이 아닐까. 이자규는 이 시집에서 진정하게 자아와 사물의 사이에 놓인 틈을 연결하려는 현대인의 정신적 고뇌를 잘 보여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상적 자아의 자기 해체가 선행되어야 하리라. - 오세영(시인, 서울대 명예교수)

이자규의 시에서는 모시 치마에서 풍기는 서늘한 기운이 문득문득 인다. 서늘하면서도 알뜰하고 맵시 있는 이런 기운은 이제까지의 여류시인들이 흔히 지녔던 단순한 낭만성이나 고절감과는 다르다. 이자규의 이 처녀시집은 먹감나무 반상기에 잘 차려놓은 전통음식의 맛처럼 심상과 운율이 더도 덜도 아닌 황금비를 이루면서 절제와 미적 구조를 획득하고 있다. 싱그럽고 서늘한 손길로 올리는 시의 두레박에 찰찰 넘치는 도저한 시정신이 새삼 귀하고 고맙다. - 오탁번(시인, 고려대 교수)

그녀는 무덤 같은 인형의 집에 아기처럼 누워있는 노라다. 그녀는 "뜨거운 뙤약볕에 제 살 뜯어주며" 말라가는 바닷물이다. 구겨진 기억을 다림질 하다가 그 저린 풍경에 넋을 내려놓고 모직원피스를 태워먹는 다리미다. "한 문장의 맛을 잡고/한 석 달쯤 죽어보겠다"고 버티며 곰팡내 폴폴 나는 골방에서 익어가는 간장이다. "돌과 돌 사이에 작은 돌 채우고 맑은 하늘 걸러낼/매운 독충 한 마리" 키우는 우물치는 여자다.
그녀가 키운 매운 암유暗喩는 내 "머릴 관통하는 기적소리"다. 중층구조가 생산해낸 풍요로운 의미의 숲을 거닐다 보면 어느 순간 마른번개가 등판을 후리고 간다. 달 하나 먹고 차분하게 차오르던 묘사의 수면 위로 물총새 하나 꽂히는 풍경, 그녀의 시를 읽는 즐거움이다. - 홍은택(시인, 대진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