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차든 승용차든 계절이든 시집이든 네 바퀴라야 안전한 모양이다. 제4부로 나눈 목차의 제목들 중에서 머리에 올린 제목으로 보아 <문>은 시의 문이요, <봄>은 시의 봄이요, <비>는 시의 비요, <길>은 시의 길이다. 이 세상에 길 없는 길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시인 강석화는 길 없는 길에서 애오라지 길을 찾고 있다. 이를테면 서울이 고향인 그는 서울 말씨로 충청도 땅 천안에서 길눈을 익히며 제4부 <길>에서 충청도를 노래하는 것이다. 마침맞게 시편 대부분은 언어도 참신하고, 구성도 돼 있고, 주제도 뚜렷하고, 감동 또한 뭉클하다.
- 박만진(시인)
강석화의 시가 관념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현실을 간접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실의 육질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본질적 가치를 찾으려다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행인 것은 시인의 시선이 바깥세상을 향해 고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시선이 ‘틸란의 뿌리’처럼 공허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설픈 사회적 발성을 버리고 시의 저체온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다. 따뜻한 관념의 옷이란 게 있다면 그건 강석화의 시가 입고 있는 옷이 아니었을까. 다음에 그가 고쳐 입고 나타날 옷의 색상과 재질, 디자인이 새삼 기대된다.
- 윤성희(문학평론가)
강석화 시인의 시편들을 관통하는 큰 물줄기는 참여정신과 서정의 노래이다. 얼핏 어울리지 못할 거 같지만, 두 정서는 길항하면서 상보적으로 조화롭게 시를 꽃피우고 있다. 첨예한 정신은 부조리한 세상을 질타하는 풍자로 나타나기도 한다. “진흥왕 15년, 수급首級 이만 구천육백을 베었다/ 진덕왕 원년, 수급 삼만 일천을 베었다// 신문을 읽는다/ 건강보험공단, 수급 사천을 베었다/ 대우자동차, 수급 칠천을 베었다/ ……/ 눈물이 강을 이루고/ 아파트가 눈물에 떠내려갔다”(「수급을 베었다」)에서처럼 역사와 현실의 토대를 기반으로 시인은 대상을 직시하고 몰입한다. 한편 “내일이 염려되지 않는 까닭은/ 땅속 씨앗이 하늘로 자라고 다시 내리듯/ 우리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는 강석화 시인의 아름다운 서정이 기다려진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나 천안에서 30년을 살았고, 단국대 행정학과,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와 평생교육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월간 『순수문학』으로 등단하여 천안문협·충남문협·서안시문학회 회원, 재능시낭송협회 충남지회장(시낭송가)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 진천지사장으로 근무 중이며, 퇴직 후에는 서천으로 귀촌하여 농부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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