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무릇 열망과 좌절, 분노와 격정, 비탄과 회한의 시간을 지나서야 동심의 세계를 얻는다. 동심의 세계는 모든 감정의 그 끝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이번 민창홍 시인의 시집에서는 언뜻언뜻 이러한 동심의 세계가 엿보인다. 들끓는 욕망과 끝없는 좌절의 시간이 지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동심의 세계일진대 민창홍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이러한 동심의 세계가 보인다는 것은 그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의 깊은 켜를 쌓아온 것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시란 그 사람의 내면세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아무리 숨겨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이런 동심의 세계는 민창홍 시인이 그냥 사람 좋은 한 인간이 아니라 깊은 마음의 수련을 얻은 시인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시인이 시집 한 권을 통해 어떤 시인인지를 보여줄 수 있다면 이는 행복한 일이다. 민창홍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가 더 큰 세계를 향해 나아갈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성선경(시인)
민창홍의 무심과 허심의 시학은 우리 시의 새로운 지평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과도한 의미와 의도의 시들이 초래하는 미학적 피로와 달리, 그의 시는 무심한 풍경이 불러오는 소박과 단순의 즐거움을 누리게 한다. 깊이에서 기인하는 형상적 사유의 감동과는 전혀 다른, 평면성이 주는 아름다움과 미학적 평정을 우리는 그의 시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는 과거적 정서가 들러붙은 그의 시들에서 확인하게 되는 상투와는 이질적인, 기이한 참신함과 미학적 무중력의 자유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를테면 ‘닭대가리’라는 표현에 오랫동안 내장된 희화적戱畵的이고 조소적嘲笑的인 경멸을 단박에 지워버리고 넘어서는, 닭이 있는 풍경이 주는 평면적 단순함, 그 무심한 단순성이 주는 아름다움 같은 것이리라.
- 김문주(문학평론가)
민창홍 시인의 시편들의 특장은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연민의 눈길이 모여 꽃을 피우고 있다. 따뜻하지만, 그의 시적 줌렌즈는 대상에 대한 거리 유지를 자유자재로 객관화하여 시를 탄탄하게 만들면서 시적 진실에 다가오게 한다. 그는 자연적 공간을 가공하지 않아도 시의 공간으로 끌어오는 묘한 마력을 갖고 있다. 그만큼 시의 진퇴와 운용에 있어 자신을 버리고 자신을 타자화하는 깨달음이 있다는 뜻이다. 한편, 『닭과 코스모스』 시집엔 식물의 마음을 헤아리는 특별한 정서는 희생하는 여성성과 접하여 사랑의 꽃을 피우며 전설을 만든다. “잇몸 아물 듯 메워지는 가을 빛/ 손길 닿을 때마다 행복한 배추” “때 씻고 또 씻으며/ 보하얗게 살아나는 무를 본다” “당신의 치마폭이 그리워/ 산들바람에 덩실대는 제비꽃” “구부러진 허리 마디마디/ 발품 팔던 봇짐 속 물건들 주섬주섬/ 꽃이 피”듯 시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다. 앞으로 민창홍 시인이 피울 꽃이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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