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방순미 시는 특별한 산문적 설명의 틈입을 용납하지 않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는 우선 시인이 제시하는 미학을 보고 느끼는 그대로 체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는 선연한 이미지로 스스로 충만한 미를 내뿜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깊고 푸른 소에 떠 있는 노른자 한 알’을 시인과 함께 보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시인은 노른자가 흩어질까 “두 손 모아 조심조심 퍼” 올려 그것을 마셔버린다. 그것은 바로 설악의 밤하늘이 아닌가. 달을 뱃속에 품었으니 시인도, 계곡도, 깊은 소도, 하늘도 모두 한몸이 된다. 주객이 따로 없다. 시인은 설악의 작은 일부가 되어 산속에 스밀 뿐이다.
-호병탁(문학평론가)
방순미 시인의 시집 『매화꽃 펴야 오것다』를 에워싸고 있는 건, 우주와 깨 벗고 한통속이 된 오로라의 노래이다. 가령, “법수치 산골 여름/ 이 몸은 언젠가 깨어질/ 항아리/ 이제야 머리 깨는 소리/ 크게 웃었다./ 둥지에서 금방 꺼낸 달걀처럼/ 호르르륵 달을 마시다/ 밤 지새도록/ 술은 나를 끌고/ 바람처럼 쏘다니다 간다./ 아, 색 없는/ 바람의 말/ 뱅골만에 기대어 밀어 올린 꽃대궁/ 구름과 하늘의 경계가/ 절벽에 세운 위한나시안 금부처다/ 그날은 매화꽃을 덮고 잤다./ 잠 덜 깬 아침 어머니는 도란거렸다./ 배질 나간 니 애비는 매화꽃 펴야 오것다./그리운 아버지 품/ 내가 돌아가야 할 길이다./ 눈두덕 부풀어 오르면 당진/ 구십 노모 곁으로 가리”라는 시편들은 시의 눈〔眼〕으로 활짝 피어 있다. 히말라야를 보고 거짓말을 않겠다고 다짐하는 방순미 시인 옆에는 또 한 명의 시인이 있는데 그녀의 부군이다. 그는 방 시인에게 민들레를 바치며 “벌에게 정말 미안했어/ 꽃송이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데/ 위장병에 좋은 거랬지/ 당신 주려고 캐왔어”/ 라고 한다. 이 두 시인에게는 우주와 자연이 책이고 벗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방순미 시인은 1962년 충남 당진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2010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02년 40일간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으로 2003년 킬리만자로(5,950m) 정상에 올랐다. 2005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에 이르렀고, 그 후 7차례 동남아 고봉 산을 떠돌아다녔다. 2012년 수미산(6,714m) 바깥 길과 안쪽 길을 순례했다. 2014년 가을, 인도네시아 린자니산을 트레킹했다. 현재 물소리시낭송회 회원, 나루문학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