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기 시인의 『콩의 변증법』은 자연스럽고 자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의 정수리를 섬뜩하게 한다. 이것은 우리들의 지난한 일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 이 시집은 물질문명의 무분별한 현실에서 새로운 삶과 생명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강상기 시인은 이 시대에 외롭게 존재하는 시인의 한 초상이기도 하다. 일상의 부당함이 있을 때 사회의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시인의 책무이다. 불편한데도 모르는 체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로 이번 시집은 우리가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다운 삶을 소망하는 시인의 간절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시집이다.
- 이충이(시인·문학평론가)
몇 년 전 무죄 판결로 겨우 정리된 일이지만 ‘오송회’ 사건은 강상기 시인에게 지울 수 없는 큰 상처였다. 그래서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국가보안법일 테지만 반면 강상기 시인이 가장 뜨겁게 꿈꾸는 것은 남북통일임을 고백한다. 그가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것은 끝없이 “나는 누구입니까?”라는 화두를 품고 살았던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의 예정된 무덤 앞에서 고백한다. 나무와 화초 속에 그리고 이웃 사람들 속에 자신이 들어가야 함을 깨닫는다. 죽음은 삶의 절정임을 외친다. 그런 눈으로 시인은 우리 사회의 자본주의적 모순과 비극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석양, 파도, 지평선, 야생마, 열차, 깡통 등 그의 시의 거의 모든 소재를 통해 살아 있는 자의 참 자유를 암시한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에서는 그런 사유의 꽃이 끝없이 피어난다. 시집 『콩의 변증법』에는 인간주의자, 평화주의자로서의 그의 꿈이 오롯이 담겨 있다.
- 김광원(시인·문학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