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이리 냉정해도 될 것인가. 이리 독자들의 기대지평을 싸늘하게 배반해도 되는 것인가. 김윤희 시인의 시집 『오아시스의 거간꾼』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서시序詩 「한 사람에게」에서 “인생의 인문학에 복무하는 평범한 시를/ 쓴다”고 했는데, 시 쓴답시고 서정을 주저리주저리 주체 못 한 시가 아니다. 서정과 인문, 감성과 지성이 팽팽히 긴장된 비상한 시들이다.
“장미, 너도 앓고 있었구나/너는 심장으로//이 통증 치유되면 적막이/오겠지”( 「장미와 치통」)의 한 부분처럼 뜨거운 열정과 얼음 속에 동결시켜버리는 이번 시집을 ‘얼음 속에 핀 붉은 장미꽃’이라고나 할까. 나태하고 고루한 인식을 확 뒤집어버리며 열정과 그리움, 사람들 사는 속내와 인문학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시집 『오아시스의 거간꾼』은 그리움, 서정, 인간의 깊이를 남성적 톤으로 파고든 유치환의 의지와 나태한 서정에 일타를 가한 김수영의 반시反詩의 기운이 넘쳐난다. 시적 대상과 온몸으로 교감하면서도 고통과 시를 신처럼 섬기며 구도자적 자세로 쓴 시편들이 이번 시집이다.
- 이경철(시인·문학평론가)
김윤희 시인의 시편들은 바람이 없는데도 풍랑이 일고 일이 없는데도 실마리가 생기는 데서 발원한다. 그는 시의 장인匠人으로서 건더기 없는 차디찬 맹물뿐인 손아귀에 옹이 지도록 물의 집을 건축한다. 특히 시에 대한 천착은 시를 잃고 사랑을 쓰고, 사랑을 상실하고 시를 쓰는 적막으로 시의 사원을 직조한다. 시를 향한 길은 시인의 치열한 열정과 냉정을 오가며 궁극엔 시의 복음으로서 대상에 삼투하면서, 영원한 유급과 졸업할 수 없는 ‘김윤희시인학교’를 탄생하게 한다. 시집 『오아시스의 거간꾼』은 시에 바치는 기도이며 시와 시인이 신검합일身檢合一하는 찬란한 기록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