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갈매기와 바다」에서 외로움, 쓸쓸함, 슬픔 등의 감정을 적확하게 구체화한다. 「겨울비」의 “아무도 내다보지 않자 이내 조용해졌다.”와 “아무도 거기까지 데려다주지 못한다.” 등의 진술은 인간을 배제함으로써 개성적이면서도 빛나는 ‘aura’를 발산한다. 이는 「풍경―바탕화면」에 이르러 ‘자연’과 ‘인공’ 사이의 새로운 풍경을 형성하면서 ‘현대성’ 또는 ‘모더니티’를 구현한다. 「변두리―만남」과 「겨울 산책」은 ‘시간’과 ‘기억’의 관계를,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힘을 형상화하고 「현장現場」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경험할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카프카의 성을 연상시키는 「성내리城內里」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에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치밀한 알레고리이다.
괴테에 의하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결과가 아닌 삶 자체이다What is important in life is life, and not the result of life.” 어쩌면 우리는 괴테의 말에 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어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시에서 중요한 것은 시의 결과가 아닌 시 자체이다.’ 삶은 그 자체로 너무나 소중한 대상이고 시 역시 그러할 테다. 이상원의 시를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독자들은 소중한 경험을 나눈 셈이다. 우리들의 삶이 더욱 뜨거워질 시간이 다가온다. 이상원의 시 세계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권온(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