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룡 시집 『그 너머의 시』는 『시집 밖의 시』를 펴낸 지 4년 만에 나왔다. 시인의 말을 빌려보면, 증언적 관찰자로서의 사명을 감히 지향해 왔으나 어림없는 비겁하고 허약한 간극만 드러냈다는 자기 검증의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시를 경력이나 나이로만 가늠할 수 없을 테다. 시인의 정의는 현재 시를 쓰는 사람이 시인이다. 그러한 견지가 아니더라도 오하룡은 시인으로서 또한, 출판인으로서 외길을 걸으며 올곧게 시와 삶이 하나로 일관되게 시를 찾아 갈무리하는 시인의 길을 걸어온 시인이다.
이번 시집에서 보여주는 그의 시력과 시안(詩眼)은 원숙하면서, 대상에 대한 질문과 그것을 끌어안는 서로 간의 교통은 불교의 원융무애와 연대하고 있다. “거기 외진 곳 돌 하나이기를/ 있는 듯 없는 듯 돌 하나이기를/ 그러나 있으나 마나 하지 않고/∼/돌아보면 거기 있었는지 어쨌는지/ 흔적 없는 돌 하나이기를”(「돌 하나」 부분) 바라는 시인의 간절함은 유지여무(有之與無), 즉 ‘있음’과 ‘없음’이 하나이며 시인의 심상에 있는 따뜻한 정(情)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상의 나무꾼(출판의 불가결한 게 종이이고 종이는 나무; 출판인)으로 살아온 시인이 대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사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각별하다.
그러나 다시 그것을 전복하는 ‘없음’으로서 화두는 ‘흔적 없는 돌 하나’로 존재하지만, 부재의 상황으로 무화하는 것이다. 결국 존재의 대상을 비우고 지움으로써 있음과 없음이 하나로 합일하면서 새롭게 시쓰기가 탄생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하룡
1940년 구미 산(일본 출생)
1975년 시집 『母鄕』으로 등단(1964년 잉여촌 창간동인)
시집 『잡초의 생각으로도』 『별향』 『마산에 살며』 『창원별곡』 『내 얼굴』 『몽상과 현실』 『시집 밖의 시』, 동시집 『아이와 운동장』, 시선집 『실향을 위하여』 『모향 실향 그리로』 등
수상 <마산시문화상> <경남도문화상> <한국농민문학상> <시민불교문화상> <한국현대시인상> <한국문학백년상> <경남아동문학상> <마산문학상> <경남시문학상> <남명아동문학상> 등
낯설다·14 부끄럽다·15 안부·16 회전·17 동전·18 그 이름들·19 노송 그늘 밑 저기·20 어떤 칭찬 ― 유자효 시인·21 신 부잣집·22 잊혀진 애국자·23 공과 과·24 노산 이은상 선생 단골·25 그 너머 시 쓰기·26 손 안 가는 시·27 이 버릇 ― 여든의 길목·28 영정엄마·29 인내·30 해변의 다른 이름·31 면회·32 골짜기의 다른 이름·34
2부
지금 이곳·38 어떤 무엇이 작용하여·39 가야, 가락국이 온다·40 어떤 지역 전설·41 재미를 위하여·42 이 아침 비노니·44 둥근 지구·45 정규화 묘비·46 한여름 한때·47 나직이 묻는다·48 일제 잔재 돌 두 개·49 그 이름 낡았으나 ― 가수 윤심덕 연극인 김우진·50 한글날·51 대통령 두 사람 ― 작곡가 윤이상 독일 산소 푯말·52 우리 이름 서양식 쓰기 바른길은?·54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56 제주 4·3사건에게·58 몽상의 배 한 척 ― 세월호 영령들에게·59
3부
애·62 적폐·63 문신로를 걸으며·64 마음속 사진 한 장·66 구형왕릉에서·67 불경 소리·68 종치기에 대하여·69 갑갑네 답답네 ― 남북에게·70 버림받지 않기 위하여·71 강화 광성진에서·72 어재연 어재순 형제여·73 동지, 동무에 대하여·74 가야시대 순장자殉葬者에게·75 어떤 공포·76 울산 슬섬에서·77 백두산 서파에서·78 바닷속 나라, 이어도·80 이어도 어디 있나·81 아버지·82 어떤 영상 ― 피사체·83
4부
미망迷妄·86 허망에게·87 식食과 향?의 가르침·88 어색한 시간 ― 여든의 시·90 생일날 ― 여든의 시·91 죽음에 대하여·92 희비·93 잠행 ― 임진각에서·94 목례·95 할미꽃·96 돌 하나·97 따지지 말자·98 질문·99 마음 배 ― 시인 정진석·100 알츠하이머·102 섬 배·104 밥 미안하다·105 어떤 한 모습 ― 한국작가회의·106
5부
인간의 길 ― 알랭 로베르·108 장미 몇 송이·109 추억의 자리 ― 상남역·110 이선관 창동 허새비 시비·111 시인 백석 생각·112 사랑·113 양념·114 치죄 ― 윤해영 시인·115 남명 조식 어른·116 네가 본 지리산 내가 본 지리산·117 아스라한 그·118 가고파 노래·119 키득대는 소리·120 연당 전의홍 시인·121 금혼식·122 황희 정승·123 무엇이 모자라·124 의사 문한규·125 고성에서 생각나는 사람들·126 옛 그곳·127
6부
고 방창갑 시인·130 고얀 수작·131 내 고향故鄕은 모향母鄕이나니·132 싱거운 짐작·133 한 무명을 위하여 ― 대구 10월사건에 부쳐·134 바깥을 나선다·135 이제라도 ― 여든의 길섶·136 너와 나·137 지금 저문 문턱에·138 경주에 가면·140 자유·141 시에도 답이 있구나·142 그런 날은 올 것이다·144 통일 병·145 독재자·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