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역花本驛”은 경상북도 군위군 산성면 화본리에 위치한 중앙선의 역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화본역’은 ‘간이역簡易驛’ 곧 일반 역과는 달리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에 속한다. 화본역에서는 “떠남의 설렘이나/ 마중의 기쁨”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간이역을 방문하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기차를 타지 않으면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차를 타거나 내리면서 또는 기다리면서 “희망”이나 “꿈” “눈물”이나 “그리움” “슬픔”이나 “진심” 등 삶의 희로애락을 마음껏 경험한다. 전병석은 이번 시집의 ‘표제시標題詩’에 해당하는 이 시에서 “떠남”과 “마중”, ‘가다’와 ‘오다’ ‘타다’와 ‘내리다’ ‘마신다’와 ‘마시지 않는다’ 등 일련의 ‘대비對比’를 구사함으로써 ‘조화’와 ‘중용’의 시학詩學을 실천한다.
전병석은 친절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다루었고, 인문학의 가치를 믿었으며, 인간미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형상화하였다. 그는 신神과 같은 절대적인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공감하며 이를 시로서 표현하였다. 시인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에서 삶의 즐거움과 황홀함을 발견하고, 음악성이 내재하는 반복의 미학을 구현하였다. 그는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충만한 공동체와 사회를 꿈꾸었다. 전병석이 앞으로 펼칠 시와 삶의 길이 더욱 곧게 뻗어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 권온(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