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마침내 “때론 어설픈 말보다 한 컷의 눈이 불립문자를 이룬다 해도.”라는 마지막 발화로 작품을 마감한다. ‘불립문자不立文字’는 도의 깨달음을 문자나 말로써 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뜻의 불가의 말이다. 그렇다. ‘한 컷의 눈’, 즉 하나의 이미지로 조감하여 보는 풍광이 ‘어설픈 말’보다는 오히려 감각적으로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시는 끝이 났다. 우리는 이제 시인의 깊은 사유를 통하여 그가 추구하는 시세계를 인지하게 된다. 점도 선도 면도 모두 형상의 일부다. 그러나 각자의 프레임이 따라 그 형상은 달리 보이고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소녀가 개구리를 보고 “저만의 시니피에”를 발화하는 것과도 같다. 시인은 “좀처럼 승부를 내지 못하는” 자신의 시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리고 ‘이미지’, 즉 심상에 방점을 찍는다. 인간의 경험은 우선적으로 오관을 통한 외부세계에 대한 ‘감각적 지각’이다. 그렇게 대상을 감각적으로 지각하도록 자극하는 말이 곧 ‘심상’이다. 이는 시적 심상의 가장 큰 부분인 ‘비유’로, 더 나아가 ‘상징’으로 전개된다. 그리하여 시인은 공중을 나는 독수리의 날카로운 눈으로 이미지를 포착하여 “형상의 기호를 해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 호병탁(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