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원 시인의 시편들을 이루는 정조는 ‘님’이다. 님은 시인의 외연을 통해서 들어오는 대상과 심상에서 일어나는 절대적인 님과 상통하면서, 극한의 그리움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세속적인 듯하나 속되지 않고 오히려 님에 대한 그리움은 영성靈性을 일깨우며 도道의 길을 향한 간절함으로 다가온다. “당신은 바람이 되어/ 찬란히 타오르게 불어 주오/ 당신의 발이 닿지 않는/ 먼 세계도/ 재가 되어 흩어져 가고” 싶다는 시인의 목소리는 적멸보궁寂滅寶宮을 꿈꾸고 있다. 한편, 허정원 시인은 “그대는 나를/ 풀잎처럼 태어나게 했고// 초롱초롱한 꽃이 되어/ 순결한 여인의 삶을 살게 했”다는 여성으로서의 고결한 아름다운 꿈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인간적인 의지 또한 값지다.
하여, “당신은 오늘/ 진흙 속에 깊이 묻힌 연뿌리이지만// 폭풍우 걷히는 아침/ 찬란한 태양과 함께 솟아 주오/ 붉은빛의 꽃으로// 그날이 언제가 되더라도/ 당신은 정녕/ 부처님 앞에 바칠/ 연꽃으로 피어 주”길 염원하는 시인의 서원誓願 앞에 성속聖俗을 떠나 숙연해지는 아름다운 꽃을 바라볼 뿐이다.
- 김영탁(시인·『문학청춘』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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