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죽을 힘으로 힘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본문의 그림을 토끼도둑이 감칠 맛나게 구현한 재미있는 책!
수백 년 동안 죽지 않고 살아야하는 뱀파이어의 고독을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병이 들어도 죽지 않고 교통사고로 두개골이 터지고 내장이 터져 나오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죽을 수 없는 불멸시대의 절망을 노래한 시를 읽었던 적도 있다. 장자는 죽음을 <매달린 데에서 풀어주는 것>이며 <삶을 혹이 달려 있는 것으로 여기고, 죽음을 종기를 터뜨리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을 참다운 깨달음에 이른 <진인(眞人)>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죽음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이문재 시인의 외침은 죽음의 존재를 회피하지 말거나 잊어버리지 말라는 뜻을 일깨운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방법은 죽음을 회피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죽음은 사실상 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다른 모습이며 삶의 곁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매일 죽는 체험을 반복하며 죽음을 예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매일 잠을 자면서 짧은 죽음의 체험을 반복한다. 평균 27세를 넘은 사람들은 하루에 죽어나가는 몸의 세포 숫자가 새로 태어나는 세포숫자보다 많다고 한다. 이러한 모든 체험의 이치는 죽음의 존재를 직시하고 인정하는 삶의 일상을 살아가라는 깨우침을 일깨워 준다.
모두들 <잘사는 삶>에 관심이 많다. <힐링(치유)>이라는 말도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삶이 잘사는 삶일까? 그리스신화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질투한 신이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놓아 서로를 그리워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음양의 조화를 가리키는 듯한 이 신화를 비틀어보면 삶과 죽음도 본래 하나였던 것이 둘로 나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이트는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의 하나가 죽음에 대한 욕망이라고 지적한 바도 있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존재의 온전한 속성과 가치 중에서 반쪽만 누리는 상태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죽음의 존재를 기억하고 인정하는 생활의 자세는 자연의 존재성을 숙고하고 인정하는 자세와도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은 삶과 죽음의 바른 관계를 자연의 순환 이치로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살려내야 한다>는 주장은 삶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죽음으로 순환하는 것이라는 이치를 환기시켜주는 것이다. 자연은 삶을 죽음의 상태에만 머무르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삶을 죽음으로부터 다시 새로운 삶으로 태어나게 만든다는 사실을 순환의 이치로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죽음을 소멸과 정지의 상태로 확정하여 그것을 회피하려는 어리석음을 고집하고 있다. <죽을 힘으로 살라>는 말, 이 말의 참뜻을 다시 새겨볼 때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