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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시대의 문학
지은이 : 김욱동
출판사 : 황금알
발행일 : 2009년 9월 29일
사양 : 327쪽 | 152*225
ISBN : 978-89-91601-69-7-03810
분야 : 인문
정가 : 17,000원
저자 김욱동은 경기도 인천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 영문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명예교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금번 『지구촌 시대의 문학』에서 김욱동 교수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술하고 있다.

물 건너 쪽 한 서양 시인은 시로써는 아무 것도 일어나게 할 수 없다고 절망감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시를 비롯한 문학은 길거리에서 벌이는 요란한 시위와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무력하게 보일는지 모른다.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문필가의 무력함을 애써 감추려는 수사처럼 들린다. 특히 요즈음처럼 영상 매체가 활자 매체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이미지의 왕국을 세우고 있는 지금 문학이 설 땅은 점점 좁아만 간다. 그리하여 문학은 이제 존재이유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에 이르렀다. 이러다가는 자칫 문학이 아예 없어지게 될는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마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도,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도 따지고 보면 문학의 힘이 무척 크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반증이었다. 만약 문학이 힘이 없었다면 온갖 책을 불사르고 문인들이나 학자들을 그토록 학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플라톤도 자신이 상정하고 있던 이상적 공화국에서 굳이 시인을 추방시키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학의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진시황제나 플라톤이었기에 그렇게 책과 문학을 두려워하였던 것이다.
나는 아직껏 문학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꿈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탕아처럼 영상 매체에 혼을 빼앗긴 독자들이 언젠가는 다시 문학이라는 아버지의 품 안으로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다. 지금껏 여러 자리에서 힘주어 말해 왔듯이 활자 매체에 의존하는 문학은 다른 매체에 기대는 어떤 분야한테도 양도할 수 없는 그 나름대로의 권리가 있다. 그런데 그 권리는 다름아닌 무한한 상상력에서 비롯한다. 영상 매체의 이미지는 일시적이지만 문학적 상상력은 영구적이다. 문학은 청마(靑馬) 유치환(柳致環)의 깃발처럼 “소리 없는 아우성”이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다. 막상 소리는 없지만 그 아우성은 귀를 찌를 듯 요란하고, 휘황찬란하게 시각을 자극하지는 않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문학이 이러한 권리만을 주장하며 안주할 수는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문학도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고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영상전자 매체 시대에 문학이 변신을 꾀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그 동안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포스트모더니즘의 거센 물결을 타고 인종, 계급, 성, 자연에 따른 차별의 벽을 허무는 일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리하여 동일자와 타자 사이에 놓여 있던 높다란 벽이 많이 허물어져 버렸다. 물론 아직도 허물어야 벽이 남아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학가는 이제 ‘타자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비평집에는 『문학을 위한 변명』(문예출판사, 2002) 이후에 틈틈이 쓴 글을 한데 모았다. 지면을 통하여 발표한 글이 대부분이지만 아직 발표하지 않은 글도 한두 편 있다. 얼핏 다양한 주제에 이렇다 할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그 나름대로 한두 주제가 책 전체를 관류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넓은 의미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일컬을 수 있는 이론과 비평 방법으로 텍스트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포스트모더니즘한테 지고 있는 빚은 생각보다 무척 많은 것 같다. 다시 한 번 고백하지만 1980년대 초엽 만약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학문의 길이나 문학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이번 비평집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