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평론집은 4부로 구성하였다. 제1부는 문학도로서 내가 우리 시대와 우리 사회의 문학 작품을 읽는 독자 가운데 한 사람의 자격으로 수행해 온 ‘문학 비평’ 또는 ‘평론’ 행위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제2부는 최근에 시도한 시인들의 시에 대한 작품 읽기 가운데 일부를 정리한 것이며, 제3부는 주변의 인간 세상에서 목격되는 인간의 삶을 향해 작가가 던지는 직간접적인 비판의 시선을 엿보게 하는 소설에 대한 작품 읽기 가운데 몇 편을 모은 것이다. 제4부는 작가가 문학 작품에서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제기 가능한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자리다. 이 경우 무엇보다 문제 되는 것은 어느 선까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해야 하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사실 ‘무엇이 역사적 사실인가’의 문제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기에,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가, 충실하지 않은가’의 문제 역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무엇이 역사적 사실인가’에 대한 답이 자명한 경우라고 해도, 작품의 주제나 내용과 관련하여 문학 작품을 창작하는 이들이 ‘예술적 허용’(artistic licence)―즉, ‘시적 허용’(poetic licence) 또는 ‘문학적 허용’(literary licence)―의 자유를 어느 선까지 누릴 수 있는지의 문제도 결코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제4부에서는 몇몇 문학 작품을 논거로 삼아 간략하게나마 이 문제를 다루고자 했다.
장경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스틴 소재 텍사스대학교 대학원 영문과에서 박사 학위 취득.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영문과 명예교수. 평론집으로 『미로에서 길 찾기』(1997)·『신비의 거울을 찾아서』(2004)·『응시와 성찰』(2007)·『시간성의 시학』(2013)·『즐거운 시 읽기』(2014)·『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2016)·『예지와 무지 사이』(2017)·『꽃잎과 나비, 그 경계에서』(2017)·『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2017)이 있음.
머리말 ‘문학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제1부 문학 비평의 정도를 찾아서 문학 비평과 나 자아 성찰로서의 문학 비평과 비평의 소임 평론의 어려움과 평론가의 불안감 ― 오디오 기기 평론과 문학 평론 사이에서
제2부 시어의 미로에서 삶의 의미를 헤아리며 고향을 향한 시인의 상념, 그 깊이를 짚어 보며 ― 김상옥의 시 「참파노의 노래」·「안개」·「사향」과 시인의 고향 생각 일상의 삶이 살아 숨 쉬는 시 세계, 그 안을 거닐며 ― 김종해의 시집 『늦저녁의 버스킹』과 시인의 다짐 삶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 그 순간을 엿보며 ― 안영희의 시집 『어쩌자고 제비꽃』과 삶을 향한 시인의 시선 시인의 시선과 상상력, 그것이 함의하는 바에 기대어 ― 이달균의 시 「장미」와 「복분자」, 또는 드러내기와 뒤집기 “장미 이데아”를 향한 시인의 시선을 따라서 ― 오주리의 시집 『장미릉』과 다의적 의미의 시 세계
제3부 삶을 향한 성찰의 눈길을 따라서 인간 사이의 관계맺음에 대한 탐구, 그 현장에서 ― 최일옥의 소설집 『그날 엄마는 죽고 싶었다』와 ‘극’으로서의 소설 환상문학의 진경(眞境), 그 안에서 ― 윤영수의 소설 『숨은 골짜기의 단풍나무 한 그루』와 나무가 전하는 이야기 죽음의 유혹과 죽음에의 저항, 그 안과 밖에서 ― 이응준의 연작소설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과 ‘죽음 충동’의 의미 소설 쓰기와 거짓 이야기 만들기, 그 경계에서 ― 권정현의 단편소설 「옴, 바라마타리아-종교의 탄생」과 언어의 타락 강물의 푸름과 인간의 슬픔이 함께하는 곳에서 ― 이정의 소설 『압록강 블루』와 분단의 현실
제4부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형상화 사이에서 노근리 사건의 문학적 형상화, 그 사례와 마주하여 ― 정은용의 체험 기록에서 필립스의 『락과 터마잇』과 이현수의 『나흘』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 그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며 ― 백시종의 소설 『강치』와 문학의 역할